김경문 감독의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잘 된 일이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모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직도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그 커뮤니티가 두산팬들이 모이는 장소란 사실에서 난 더욱더 깊은 당혹감을 느낀다.
놀랍게도 자칭 열성팬이란 분들께서는
달감독을 가리켜서 2%가 부족한 감독이란다.
그러니까 이제 우승시켜줄 감독이 필요하단다.
진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다들 배가 불렀다.
두산팬들도 이제 배가 부른 모양이다.
요 근래 가을 야구 좀 몇 번 했다고
90년대의 일은 이제 까맣게 잊어 버린 모양이다.
언제부터 두산이 강호였나? 두산이 언제부터 가을 야구 단골이었나?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LG팬들에게 꼴지 구단이라고 처참하게 놀림 받던 일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 한 번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보자.
두산이 삼성이나 구 현대처럼 돈으로 선수 사오는 구단이었나?
언제부터 두산이 그렇게 돈과 자원이 풍부한 구단이었나?
누가 봐도 두산의 야구 환경은 지극히 열악하다.
혹여 현 주전 중에 웃돈 주고 다른 구단에서 사온 선수 있다면
부디 나에게도 말 좀 해달라.
종박, 고젯, 민뱅, 현수, 태훈, 식빵.
모두 자체 팜으로 키워낸 자랑스런 우리 선수들 아닌가?
하지만 감독을 바꾸면 저런 선수들을 길러냈던 팜도 자연스레 망가진다.
감독이 바뀌는데 왜 팜이 거덜나냐고?
감독 한 번 바뀌면 그 감독에게 맞춰서
타코, 투코부터 맨 밑바닥 코칭 스테프까지 모든 교체되기 마련이다.
코칭 스테프 바뀌면 당연히 선수 지도 방향도 바뀌고
팜 시스템도 전부 새로 짜야한다.
두산이 갑부 구단이었다면 새로운 팜 시스템이 자리 잡는 동안
실력 있는 선수들 사와서 기존의 팜 자원을 대체한다지만...
두산이란 구단에 그렇게 돈이 많았던가?
솔직한 말로 두산이 타 구단에게 앞서는 점은
달랑 팜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덧붙여 난 김인식 감독님 참 좋아한다.
실력이나 지도 방침을 떠나서 난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사실 두산팬 중에서 김인식 감독님을 대놓고 욕할 수 있는 사람 몇 없을 것이다.
비록 김인식 감독님 특유의 인선으로 인해 자체적인 팜은 거의 거덜나 버리긴 했지만
두산은 그분 덕에 90년대에 깊이 새겨졌던 패배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난 김인식 감독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두산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시 김인식 감독님 부르자는 말은 아니다.
절대로 그것만은 만류하고 싶다.
왜냐고? 최소한 그때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훨씬 좋다고 단언할 수 있으니까.
(더는 두산 팜을 거덜내고 싶지도 않고)
지금의 두산은 예전과 다르다.
두산의 주전들은 한없이 젊다.
경험은 부족할지 몰라도 젊고 재능이 넘치는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올해보다 내년이 기대되고, 내년보다 내후년이 기대된다.
올해 꼭 우승했으면 좋겠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 솔직히 한국 시리즈의 승패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우승? 우승하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
하지만 난 설령 올해 우승을 놓친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혹여 올해 또 SK에게 패배한다고 해도
그것은 젊은 우리 선수들에게 크고 값진 경험이 될 것이고
지금의 경험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더욱 성장해서
V4를 이루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물론 그 믿음은 SK에게 한국 시리즈 우승을 내준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젊고 패기가 넘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구단.
그래. 그게 바로 지금의 두산이니까.
감독이나 선수를 까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 경질 이후의 대안은?
최소한 김경문 감독 수준의 실적을 올린 감독을 까려면
그에 걸맞는 대안도 같이 내놓는 게 기본적 예의 아닐까?
부탁하건데, 현 프로야구 판에서 김성근 감독을 제외하고
구단의 돈지랄 없이 순수하게 가진 자원만을 가지고
김경문 감독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있다면
부디 내게도 그분의 존함을 알려달라.
그런 분이 있다면 나도 당신들의 의견에 적극 동참할 생각이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진심으로 부탁한다.
2%를 채우려고 98%를 땅바닥에 내버리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
기어코 옆집의 전철을 밟아야 봐야지만 속이 후련해지겠는가?
ps-
오늘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를 봤는데,
지금의 SK를 잡을만한 구단은 김경문 감독의 두산 정도라고 하더라.
1차전 내줬을 때는 정말 이대로 4연패하는 줄만 알았다고...
그리고 김경문 감독으로 인해 한국 야구도 많은 영향을 받고
발 빠른 야구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김성근 감독도 남(특히 다른 감독) 칭찬하는 일에는 은근히 인색한 양반인데
달감독을 그리 띄우는 거 보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김성근 감독도 옛날에 비해선 정말 많이 유해지셨구나...
그리고 달감독의 능력도 결코 가볍지 않구나...
뭐, 그렇다고...
에이, 담배나 피워야지.










덧글
도끼 2008/11/03 13:02 # 답글
이 야구덕. 야동은 재미있져 'ㅅ'
깊은숲 2008/11/03 13:06 #
야구 무지 재밌음. 'ㅅ' 님도 야구나 보시져?
inume 2008/11/03 13:21 # 삭제 답글
야구 개재밌져'ㅅ'내년은 우승이다. 그러니까 젭라 실탄지원좀
깊은숲 2008/11/03 13:23 #
헐.... 누메도 두빠였나? 전혀 몰랐네.여하튼 제발 실탄 지원 좀...
엉엉... 돈산 소리 좀 들어보고 싶다.
쌀소년 2008/11/03 13:33 # 답글
뜬금없지만 홍드로 다음 시구식 땐 90키로 던질거임 ㅋ
깊은숲 2008/11/03 13:50 #
아님. 100 던질 거임
rumic71 2008/11/03 13:59 # 답글
글쎄 달감독 말고 누가 있다고 그 난리들인지 알 수가 없다니까요. 다른 팀 가겠다고 해도 붙잡아 말려야 할 지경이거늘.
깊은숲 2008/11/03 14:08 #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대안도 없이 무작정 새감독만 연호하는 사람들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곰돌군 2008/11/03 14:50 # 답글
이쯤에서 강병철 감독이나 백인천 감독을... (...)아아.. 팀성적이 안드로메다로 여행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에요..(...)
깊은숲 2008/11/03 15:17 #
.... 전 90년대로 회귀하고 싶지 않답니다... ㅠ_ㅠ ....이건 무슨 연어도 아니고....
rumic71 2008/11/03 15:37 # 답글
막장감독이야 널렸죠. 같은 두산 포수 출신인 조범현 감독도 있고, 얼마전에 갈곳 없게 된 이광환 감독도 있고...
깊은숲 2008/11/03 15:58 #
참, 모자 쓰고 덕아웃에 앉아 있다고 다 감독이 아닌데 말이죠.다들 90년대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허허...
동사서독 2008/11/03 15:38 # 답글
이제 우승시켜줄 프런트가 필요...
깊은숲 2008/11/03 15:59 #
ㅜ_ㅜ 넵. 정말 간절히 필요합니다.제발 프론트가 돈 좀 풀면 좋겠어요...
돈산 소리 들으면서 시즌 보내는 게 제 꿈.
風林火山 2008/11/03 16:05 # 답글
타팀팬으로서 아쉽기 그지없군요
깊은숲 2008/11/03 16:09 #
두산팬으로서는 다행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지요. ^^a;
Hadrianius 2008/11/03 16:49 # 답글
곰대는 갈마보다 더한 곳이더군요 -_-;;
깊은숲 2008/11/03 19:53 #
한꺼풀 벗겨 놓으면 엠팍이나 야갤이나 거기서 거기듯이..곰대나 갈마나 거기서 거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어딜 가나 사람 바글거리는 곳이면...
다 비슷한 거 아닌가도 싶습니다만... ^^a
큐팁 2008/11/03 18:58 # 답글
저 90년대 두산 잘 기억하고 있어요. 팬으로서 쉽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초등학교 6학년때 장호연 은퇴식날 잠실에서 느꼈던 기분..
'아 이젠 진짜 어쩐담..' 뭐 이런거였죠.
정말 달감독 바꾸자고 하는 사람들 대단해요 대단해..
깊은숲 2008/11/03 19:57 #
90년대는 여러모로 참 씁쓸한 시기였지요.사실 이 시절 LG팬들한테 당한게 하도 많은지라...
지금도 LG만 보면 조금 발끈하는 것도 있습니다.
뭐, 애증의 존재 같은 거죠... ^^a;;
여하튼 달감독 바꾸자는 분들한테는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